서언

강원도 평창군과 횡성군의 경계에 위치한 태기산은 동북쪽은 큰 산이 많고 경사가 지는 산악지대이며, 서남쪽은 산세가 완만하고 비교적 넓다. 북서쪽으로는 봉복산(1,021.5 m), 북동쪽으로는 회령봉(1,309.4 m)과 흥정산(1,278.5 m), 남동쪽으로는 청태산(1,200 m)이 있으며, 오대산(1,563.4 m), 계방산(1,577.4 m), 치악산(1,288 m), 백운산(1,087.1 m) 등과 함께 차령산맥의 지류를 이룬다(Kwon, 2000). 태기산은 식물구계지리학적으로 일화식물구계(Sino-Japanese Region), 온대아구계의 한국구에 속하며, 전형적인 중부아구(Lee and Yim, 1978), 온대중남부의 식생에 속한다(Im, 1990). 기후는 지리적으로 강원도 산간내륙에 위치하여 기온의 연교차가 심한 대륙성기후를 나타내며, 최근 5년간 연평균기온 11.7℃이고, 강수량은 1042.4 ㎜이다(Korea Meteotological Administration, 2018).

이 지역의 식물상 연구로는 Lee and Yim (1978)이 75과 235속 356종 5변종 총 361분류군을 보고한 이래, Kim (1987)이 98과 324속 503종 1아종 96변종 8품종의 총 608분류군을 확인하였으며, Lee and Paik (1998)은 식물구계학적특정식물종 58분류군을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연구는 식물목록 중심의 연구로 특기할만한 식물에 대한 논의가 없고, 증거표본이 제시되어 있지 않거나 둥근잎느티나무, 둥근잎왕팽나무 등과 같은 분류학적 이명, 오동정, 실체가 모호한 분류군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본 조사지역은 수도권과의 도로망의 확충으로 인한 대규모 도시인구의 이동이 예상되고(Hong and Oh, 1998), 보광휘닉스파크 등의 휴양지가 들어서면서 서서히 환경파괴가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태기산 일대의 식물분포 조사를 통하여 정확한 관속식물상을 파악하고, 식물 다양성 보존방안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본 연구는 국립수목원의 한반도 관속식물상 조사의 일환으로 2008년과 2018년에 현지조사가 이루어졌으며, 2008년 4월부터 8월까지 12회, 2018년 4월부터 동년 9월까지 9회로 총 21회에 걸쳐 수행되었다(Table 1). 조사범위는 태기산(1,261.4 m) 일대로 지리적으로 북위 37°35′46.6″∼ 37°38′0.86″, 동경 128°19′0.54″∼ 128°17′0.96″이며, 행정구역상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일면과 평창군 봉평면에 속한다(Fig. 1). 태기산을 중심으로 신대리, 진조리, 무이리, 흥정리 등에서 정상에 이르는 각 능선과 계곡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였으며, 조사 경로 중에 확인된 모든 출현종을 채집하고, 확증표본으로 제작하여 국립수목원 산림생물표본관(KH)에 수장하거나 Photography sample로 제작하였다. 채집된 분류군은 Lee (1980; 1996) 등의 도감을 이용하여 동정하였으며, 분류군의 학명과 배열은 국가표준식물목록(Korea National Arboretum, 2017)을 기준으로 하고, 과내에서는 알파벳 순서로 정리하였다. 기타 식물목록은 특산식물목록(Chung et al., 2017), 고유종목록(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16), 희귀식물목록(Korea National Arboretum, 2008), 적색목록(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12), 식물구계학적특정종(Ministry of Environment, 2014), 국가외래식물목록(Korea National Arboretum, 2019)에 근거하여 식물목록을 작성하였다.

Fig. 1.

Investigated area and routes of Mt. Taegi.

결과 및 고찰

관속식물상

태기산 지역의 식물상을 조사한 결과, 96과 338속 580종 4아종 66변종 12품종으로 총 662분류군이 확인되었다. 이는 국내 관속식물 4,071분류군(Lee, 1996)의 16.3%에 해당되며, 이 중 양치식물은 34분류군(5.1%), 나자식물은 9분류군(1.3%), 쌍자엽식물은 491분류군(74.2%), 단자엽식물은 128분류군(19.3%)이었다(Table 2, Appendix 1).

태기산은 온대중부림의 식생으로 중부지방 중 최북단에 속하여 북부 식생과도 혼재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신갈나무와 소나무의 혼효림으로 갈참나무, 굴참나무, 서어나무, 까치박달 등이 우세하고, 조림수종으로는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일본잎갈나무 등이 식재되어 있다. 산록대(해발 400 ∼ 500 m)의 교목층에는 쪽동백나무, 당단풍, 고로쇠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우점하고 있으며, 관목층에는 매화말발도리, 병꽃나무, 국수나무, 고추나무, 얇은잎고광나무 등이 혼생하고 있다. 중복대(해발 500 ∼ 900 m)는 경사가 가파른 사면이 시작되며, 계곡을 따라 식생이 다양하다. 갈림길에서 낙수대 방향에 미치광이풀이 거대군락을 형성하고 있고, 해발 700 m에는 꿩의바람꽃과 회리바람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정대(해발 900 ∼ 1,261.4 m)의 교목층에는 신갈나무가 우점하며, 연영초, 천마, 토현삼, 꽃개회나무, 나도개감채, 미치광이풀 등 다양한 희귀식물이 분포한다. 특히, 태기산 정상부근에는 앉은부채, 동자꽃, 촛대승마 군락이 형성되어 있다. 식재목으로는 시누대길에서 태기산성비로 가는 등산로를 따라 부분적으로 리기다소나무가 식재되어 있으며, 태기산성비에서 동문밖으로 잣나무, 남사면 해발 860 m에 리기다소나무, 해발 870 ∼ 904 m까지는 일본잎갈나무가 각각 조림되어있다. 산 전반에 걸쳐 특산식물과 희귀식물이 생육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인접 지역의 산에 비해 식물구계학적등급종 등 희귀식물의 분포가 많아 식물지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산식물

한반도 특산식물로는 각시서덜취(Saussurea macrolepis (Nakai) Kitam.)를 비롯하여 총 18과 26속으로 총 28분류군이며, 이는 우리나라 특산식물 360분류군(Chung et al., 2017)의 7.7%에 해당한다. 고유종은 총 26분류군으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Na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al Research, 2016)이 지정한 436분류군의 5.9%으로 나타났다(Table 3). 태기산의 기존 연구에서 Kim (1987)은 고려엉겅퀴를 비롯한 7분류군, Lee and Paik (1998)은 5분류군의 특산식물을 보고하였으며, 본 조사에서는 28분류군을 확인하였다.

키버들(Salix koriyanagi Kimura ex Goerz)은 산양바위 주변 계곡부와 양구두미재와 구두미재 사이에 흐르는 수계 입구, 절골교 옆 길가에서 조사되었으며, 진범(Aconitum pseudolaeve Nakai)은 송덕사 부근과 낙수대방향 갈림길, 동문밖, 정상 주변에서 발견하였다. 홀아비바람꽃(Anemone koraiensis Nakai, Fig. 2B)은 강원도 지역에 분포하는 특산식물로 송덕사 계곡부와 낙수대방향 갈림길, 나구계단에서 동문밖, 단풍나무군락지에 군락을 이루고 있고, 태기산 정상 남동사면 등 여러 곳에서 비교적 양호한 생육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으나 등산로와 인접하여 자생지 훼손이 우려된다. 참좁쌀풀(Lysimachia coreana Nakai)은 강원, 경기, 경북 지역에 분포하는 종으로 태기분교터 부근에서 제한된 소수의 개체가 있었고, 구실바위취(Micranthes octopetala (Nakai) Y.I.Kim & Y.D.Kim)는 태기분교터에서 낙수대 방향으로 바위 주변에서 확인하였으나 개체수가 많지 않고, 생육환경이 다소 제한적으로 나타나 생육지 보전이 필요하다. 강활(Angelica reflexa B.Y.Lee, Fig. 2A)은 무이리 등산로를 따라 흥정 계곡부에서, 처녀치마(Heloniopsis koreana Fuse, Fig. 2D)는 신대계부의 남서쪽 사면과 남쪽사면 800 ∼ 900 m의 습하고 그늘진 곳에서 조사되었다. 고려엉겅퀴(Cirsium setidens (Dunn) Nakai)는 산이나 들에 나는 다년초로 태기산 정상 주변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토현삼(Scrophularia koraiensis Nakai)은 동문밖 부근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흰괭이눈(Chrysosplenium barbatum Nakai), 각시족도리풀(Asarum misandrum B.U.Oh & J.G.Kim), 병꽃나무(Weigela subsessilis (Nakai) L.H.Bailey), 각시서덜취(S. macrolepis), 무늬족도리풀(Asarum versicolor (Yamaki) M.Kim & S.So) 등은 태기산 전역에 분포하고 있다.

Fig. 2.

The photography of endemic plants to Korea in Mt. Taegi (A. Ostericum praeteritum Kitag.; B. Anemone koraiensis Nakai; C. Megaleranthis saniculifolia Ohwi; D. Heloniopsis koreana S. Fuse, N.S. Lee & M.N. Tamura.).

희귀식물과 적색목록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식물(Korea National Arboretum, 2008)는 긴개별꽃(Pseudostellaria japonica (Korsh.) Pax) 등 멸종 위기종(CR) 2분류군, 모데미풀(M. saniculifolia Ohwi) 등 위기종(EN) 2분류군, 천마(Gastrodia elata Blume) 등 취약종(VU) 4분류군으로 총 8분류군이 조사되었다(Table 4). 적색목록에 속하는 관속식물은 총 11분류군으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지정한 적색목록(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12) 543분류군의 2%에 해당한다(Table 5). Kim (1987)이 조사한 꼬리겨우살이, 산작약, 삼지구엽초, 복주머니란 등의 10분류군은 본 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남획이나 자생지 훼손으로 절멸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천마(G. elata)는 시누대길 주변과 낙수대에서 송덕사 등산로에서 확인되었으며, 모데미풀(M. saniculifolia, Fig. 2C)은 중부 이남에서 볼 수 있는 특산식물로 낙수대 부근과 계곡 갈림길, 옹장골 계곡, 남동쪽 사면 등에서 비교적 빈번하게 조사되었다. 산흰쑥(Artemisia sieversiana Ehrh. ex Willd.)은 적색목록 준위협종(NT)으로 인천 옹진군와 강원도 대암산 등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는데 태기산 남서쪽 사면에서 화동리 방향에서 확인되었으며, 산마늘(Allium victorialis L.)은 신대 계곡부에 소수의 개체가 산발적으로 생육하는데 등산로와 비교적 가까워 자생지 보호대책이 필요하다.

식물구계학적특정식물등급종

태기산에서 환경부지정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종은 57분류군(Lee and Paik, 1998)으로 조사된 바 있으며, 본 조사에서는 50과 88속 119종 1아종 7변종의 총 127분류군이 확인되었다. 이는 태기산에서 확인된 전체 662분류군의 19.2%에 해당하며(Table 6), Ⅰ등급종으로는 관중(Dryopteris crassirhizoma Nakai) 등 39분류군, Ⅱ등급종으로는 속새(Equisetum hyemale L.) 등 39분류군, Ⅲ등급종으로는 너도바람꽃(Eranthis stellata Maxim.) 등 30분류군, Ⅳ등급종으로는 도깨비부채(Rodgersia podophylla A.Gray) 등 18류군, Ⅴ등급종으로는 모데미풀(M. saniculifolia Ohwi) 1분류군이었다(Table. 6). 태기산과 주변 산림 지역의 식물구계학적특정식물종을 비교해 볼 때, 회령봉이 62분류군, 봉복산이 30분류군, 흥정산이 41분류군(Hong and Mun, 1998)으로 조사된 데 비해, 본 조사에서는 127분류군으로 나타났다. 분류군 수에서 주변 산림과 큰 차이를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서도 태기산이 식물지리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외래식물

외래식물은 종자 생산능력, 적응력, 확산속도 등이 매우 높아 소수 개체의 침입만으로도 자생식물의 서식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Nam et al., 2019) 지속적인 관리와 연구가 필요한 식물이다. 본 태기산의 조사지역 내에서 확인된 외래식물은 생태계교란종인 애기수영(Rumex acetosella L.)과 미국쑥부쟁이(Aster pilosus Willd.) 2종을 포함한 19과 41속 44종 1품종으로 총 45분류군이 확인되었다(Table 7). 귀화율(Naturalized Index: 귀화식물의 종수/출현식물의 총 종수 × 100)은 6.8%, 도시화지수(Urbanization Index: 귀화식물의 종수/남한 귀화식물 총 종수 × 100)는 7.3%으로 산출되었다. 본 조사지역의 외래식물이 14분류군으로 보고된 이래(Kim, 1987), 31분류군이 추가로 조사되었으며, 이들은 주로 마을 인근과 능선을 따라 임도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양구두미재에서 태기산을 가로지르는 임도가 정상 부근까지 연결되어 있고, 보광휘닉스파크 등과 같은 관광시설 개발은 환경파괴의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수도권과 연결된 도로망의 확충, 지속적인 전원도시 및 휴양지 증가로 인한 관광객 및 인구 증가는 식물상의 파괴뿐만 아니라 외래식물의 유입, 식생의 단순화 등을 초래하여 산림 전체의 훼손이 예상되기에 이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식물지리학적 특성과 특기할 만한 식물

태기산은 강원도 서남부지역의 산간에 위치하여, 식물구계지리학적으로 일화식물구계(Sino-Japanese Region), 중부아구계의 온대중남부에 속하며(Im, 1990), 귀박쥐나물, 꿩의바람꽃, 복수초, 산마늘, 얼레지, 왕씀배, 홀아비꽃대, 홀아비바람꽃 등 대륙으로부터 남하한 북방계 식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모데미풀(Megaleranthis saniculifolia Ohwi, Fig. 2B)

한반도 특산종으로 식물구계학적V등급종이며, 환경부지정 적색목록 위기종(EN), 산림청지정 취약종(VU)이다. 흥정계곡에서 태기산 정상방향으로 가는 계곡주변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 모데미풀은 5월에 한개의 꽃줄기 끝에서 지름 2 cm 정도의 백색꽃이 핀다. 처음 남원 운봉읍의 모데기라는 곳에서 발견되어 모데미풀이라고 전해진다.

홀아비바람꽃(Anemone koraiensis Nakai, Fig. 2C)

한반도 특산종으로 식물구계학적IV등급종이다. 강원도와 경기 일부지역에 국한되어 분포하는데, 계곡 주변의 낙엽수림하에 군락을 이루며 자생한다. 바람꽃(Anemone)속을 대표하는 식물 중 하나로, 이른 봄 개화하여 봄을 알리는 식물이며 한 개의 꽃대 끝에 1개의 백색꽃이 정생하여 달린다.

처녀치마(Heloniopsis koreana S. Fuse, N.S. Lee & M.N. Tamura, Fig. 2D)

처녀치마는 고산성 식물로 태기산의 해발 880 ~ 920 m의 반그늘진 수림하에 분포한다. 한반도 특산종, 식물구계학적II등급종으로 방석처럼 퍼지는 잎은 가죽질로 윤이나며, 잎과 줄기는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4월에 자주색의 꽃이 피는데 꽃이 아름다워 남획의 대상이 되는 종이다.

적요

강원도에 위치한 태기산(1,261.4 m)은 식물지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외래식물의 유입, 산림의 개발 등으로 산림 훼손되고 심해지고 있다. 본 연구는 태기산의 정확한 관속식물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2008년 4월부터 동년 8월, 2018년 3월부터 동년 10월에 걸쳐 총 21회의 현지조사를 실시하였으며, KH에 석엽표본으로 소장되어 있는 태기산 일대의 표본을 추가하여 목록을 작성하였다. 그 결과, 96과 338속 580종 4아종 66변종 12품종으로 총 662분류군이 확인되었다. 한반도 특산식물은 28분류군이었으며, 산림청지정 희귀식물은 총 8분류군, 적색목록은 11분류군이 조사되었다. 환경부지정 식물구계학적 등급종으로는 127분류군이며, 침입외래식물은 생태계교란종인 애기수영을 포함하여 총 45분류군으로 나타났다.

Append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