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언
정부(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쌀 수급 안정과 식량 작물 자급률 제고를 위해 논에 벼 대신 다른 소득 작물을 재배하여 쌀 이외 식량 작물의 자급률을 증가시키고자 2011년부터 지금까지 ‘논 소득기반다양화사업’, ‘쌀 생산 조정제’, ‘논 타작물 재배사업’, ‘공익형 직불제’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논에 밭작물의 재배를 확대하고자 하는 정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추진 내용은 농지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지원금으로 2020년 기준 조사료 430 만원/㏊ (지원면적 8천 ㏊), 일반작물 270 만원/㏊ (5천 ㏊), 두류 255 만원/㏊ (6천 ㏊), 휴경 210 만원/㏊ (1천 ㏊)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농가에서 논 2만 평에 쌀 대신 쌀보리와 논 콩을 재배하면 출하대금과 타작물 재배 정부지원금을 포함하여 벼를 재배했을 때 얻는 소득대비 약 150% 이상의 소득 증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관련 지방 농업기관에서는 논 복토를 통한 기반시설 정비, 밭작물 경작용 파종기와 로터리, 수확기 등 농기계 구입 지원, 논 밭작물 단지 조성 등의 각종 사업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MAFRA, 2020). 이러한 정책의 결과로 그동안 논 면적은 2014년의 93.4만 ㏊에서 2020년 82.4만 ㏊로, 약 12% 감소하였고 쌀 생산량은 424.1만 톤에서 350.7만 톤으로 약 17% 감소하였다(KOSIS, 2020). 만약 이러한 정책이 지속된다면 논에서의 밭작물 재배는 더 증가할 것이다.
논에서 벼는 대부분 침수 상태에서 재배되므로 밭과는 토양상과 선충상이 다르다. 논 벼에 주로 피해를 주는 식물기생성선충은 Ditylenchus angustus, Hirschmanniella spp., Criconemella spp., Meloidogyne spp. 등이다(Webster and Gunnell, 1992). 그 중 Ditylenchus angustus, Meloidogyne spp.는 국내 논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국내에는 Criconemella paragoodeyi, Ditylenchus longicauda, Merlinius sp. 벼잎선충 Aphelenchoides besseyi, 벼뿌리선충 2종 Hirschmanniella oryzae, H. imamuri 등이 논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Choi et al., 1989). 벼뿌리선충은 주로 벼, 연근, 토란에 피해를 주고(Jeger et al., 2018), Aphelenchoides besseyi는 주로 벼, 딸기에 피해를 준다(CABI, 2020).
논의 선충을 조사하던 중 논둑에서 생육이 불량한 콩, 팥 등의 식물이 발견되어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식물기생성선충이 생육 불량의 주원인으로 확인되었다. 논둑은 논의 가장자리에 높고 길게 쌓아 올린 방죽을 말하고, 논두렁은 물이 괴어있도록 논의 가장자리를 흙으로 둘러막은 두둑을 말한다(NIKL, 2021). 농지가 넉넉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이곳에 여러 작물을 재배하는 관습이 있다. 만약 논둑이나 논두렁에 식물기생성선충이 감염되어 있다면, 논의 밭 전환 시 논두렁의 식물기생성선충들이 빠르게 밭의 작물들에 감염될 것이다.
이 논문은 논의 밭 전환 시 식물기생성선충 감염에 대한 문제를 검토하고자 논둑에서 재배되는 작물에 발생되는 식물기생성선충의 종류와 밀도를 조사하였다. 지금까지 논둑의 식물기생성선충 연구는 없다.
재료 및 방법
본 조사에서 사용된 토양 시료는 8월에서 10월 사이에 전국적으로 논둑이나 논두렁에서 재배되는 콩(Fig. 1), 팥(Fig. 2), 들깨(Fig. 3)의 뿌리 주위에서 약 1 kg을 채집하고 실험실로 운반하여 선충 분리에 사용하였다. 선충은 씨스트선충과 일반 선충으로 나누어 분리하여 조사하였다. 씨스트선충은 20 mesh, 60 mesh 체를 이용하여 분리하였으며 60 mesh 체 위에 걸러진 씨스트를 사각의 눈금 페트리디쉬에 놓고 30배 해부현미경(SZX16, Olympus, Japan) 하에서 씨스트의 수를 헤아렸다. 일반 선충은 60 mesh, 350 mesh 체를 이용하여 분리하였고, 350 mesh 체 위에 걸러진 토양은 개량된 Baermann funnel 법으로 12시간 동안 분리하였으며(Kang et al., 2016; Southey, 1986), 그 후 500 mesh 체를 이용해 걸러진 선충을 분리하였다. 분리된 선충은 counting dish에 넣고 40배 해부현미경 하에서 식물기생성선충의 속별로 밀도를 조사하였다.
형태적 종 동정
선충의 종 동정은 분리된 선충을 80℃의 F:G 4-1로 고정하고, Seinhorst’s rapid glycerin법으로 영구표본을 만들고(Seinhorst, 1962), Cobb 슬라이드를 만든 후(Southey, 1986) 광학현미경(BX53, Olympus, Japan)으로 형태적 특징을 관찰하고, 부착된 디지털카메라(DP73, Olympus, Japan)로 형태를 촬영하고 동정하였다(Choi, 1972; 2001). 형태적으로 동정이 불확실한 경우, 분자생물학적 종 동정을 추가로 진행하였다.
뿌리혹선충 암컷 꼬리 끝 표본 관찰
해부현미경 하에서 혹이 발생된 뿌리를 찢어 뿌리혹선충 암컷을 10마리 정도 잡아내어 45% Lactic acid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샤레에 옮겼다. 샤레 위에서 선충 암컷의 중간 부분을 해부 칼로 잘라서 털바늘로 가볍게 비벼 내용물을 제거하였으며, 꼬리 부분의 perineal pattern과 머리 부분 표본을 따로 만들었다. 한 슬라이드 위에 머리와 꼬리를 상하로 같이 두어 상호 비교하였으며, 400-1,000배 광학현미경으로 형태적 특징을 관찰하고 부착된 디지털카메라로 형태를 촬영하였다(Taylor and Netscher, 1974).
결 과
전국 8개 도의 논둑에 재배되는 작물로부터 총 83점의 토양을 채집하여 조사한 결과, 논둑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콩이 66%, 팥이 21%, 들깨가 13%로 콩이 가장 많았다. 콩은 전국적으로 모든 지역에서 재배되었고, 팥은 주로 남부지방(경상남·북도, 전라남·북도), 들깨는 주로 북부지방(강원, 경기)과 경상남·북도에서 재배되는 경향을 보였다(Table 1).
Table 1.
Soil samples collected from crops cultivated on the ridge of rice-fields
논둑에서 발견된 식물기생성선충의 종류와 밀도를 조사한 결과, 발견된 선충은 Helicotylenchus sp., Heterodera glycines, Meloidogyne arenaria, M. javanica, M. hapla, Paratylenchus projectus, Pratylenchus coffeae, P. neglectus, Rotylenchus incultus, Trichodorus sp. Tylenchorhynchus crassicaudatus, T. claytoni 등 총 8속 10종, 미동정 2종으로 국내 주요 식물기생성선충의 속이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Table 2).
Table 2.
Nematodes identified from crops cultivated on the ridge of rice-fields
논둑 콩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식물기생성선충 속은 나선선충류인 Rotylenchus(42%)이었고, 다음으로 뿌리혹선충(27%), 씨스트선충(22%), 나선선충류 Helicotylenchus (25%), 뿌리썩이선충(16%), 위축선충(15%) 순으로 대부분 콩에 중요한 식물기생성선충이었다(Kim et al., 2013). 또한, 최고 밀도가 뿌리혹선충 8,800 마리/300 ㎤ 토양, Tylenchorhynchus 3,600 마리/300 ㎤ 토양, Helicotylenchus와 Rotylenchus 2,800 마리/300 ㎤ 토양으로 상당히 높은 밀도를 보였다(Table 3).
논둑 팥은 남부지방에서 주로 재배되어졌으며, 논둑 콩과 마찬가지로 나선선충류인 Rotylenchus가 41%로 가장 많이 발견되었고, 뿌리혹선충, 나선선충, 위축선충(24%) 등이 발견 되었다. 또한 최고 밀도가 뿌리혹선충 2,240 마리/300㎤ 토양, Tylenchorhynchus 280 마리/300 ㎤ 토양, Rotylenchus 960 마리/300 ㎤ 토양, Helicotylenchus 240 마리/300 ㎤ 토양으로 높은 밀도를 보였다(Table 3).
논둑 들깨는 주로 강원, 경기지역에서 재배되었으며, 들깨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식물기생성선충 속은 콩, 팥과 마찬가지로 Rotylenchus (36%)였다(Table 3). 들깨에서는 콩이나 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식물기생성선충의 종류와 밀도가 낮았다. 들깨에서 콩씨스트선충이 발견되었으나 콩씨스트선충은 들깨에 기생하지 않으므로 이곳은 이전에 콩을 심었던 곳으로 추측된다.
Table 3.
Detection rate and population density of plant-parasitic nematodes from crops cultivated on the ridge of rice-fields
zSoybean, Glycine max; yRed bean, Vigna angularis; xPerilla, Perilla frutescens, wHelico.= Helicotylenchus sp., vHetero.= Heterodera glycines, uMeloido.= Meloidogyne arenaria, M. javanica, M. hapla, tParatyl.= Paratylenchus projectus, sPratyl.= Pratylenchus coffeae, P. neglectus, rRotylen.= Rotylenchus incultus, qTricho.= Trichodorus sp., pTylencho.= Tylenchorhynchus crassicaudatus, T. claytoni.
고 찰
논둑의 콩, 팥, 들깨 3종류 모두에서 공통으로 가장 많은 검출률을 보인 식물기생성선충은 나선선충류인 Rotylenchus incultus였다. Rotylenchus 선충은 기주범위가 매우 넓은 식물기생성선충으로 수백 종의 식물을 기주로 하며, 감자, 담배, 당근, 브로콜리, 상추, 생강, 양파, 오이, 완두, 콩, 토마토 등의 경제작물, 국화, 다알리아. 백합, 베고니아, 작약, 장미, 철쭉, 카네이션 등의 원예작물, 귤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밤나무, 배나무, 사과나무, 소나무, 포도나무 등의 수목류 등이 기주이다(Lear et al., 1969; Winoto-Suatmadji and Marks, 1989). 이 선충은 여러 종류의 토양에서 발생되나 그 중에서도 특히 습기가 많은 알칼리성 토양에서 번식이 양호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Boag and Neilson, 1996). 논둑에서 재배되는 3종의 작물에 모두 Rotylenchus 선충의 검출률과 밀도가 높은 것은 장기간 담수 상태로 존재하는 논과 가까이 있는 습기가 많은 논둑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논둑 들깨에서도 Rotylenchus 선충이 높은 검출률을 보였으므로(36%, 8-144 마리/300 ㎤ 토양) 들깨가 Rotylenchus 선충의 기주일수도 있으나 아직 세계적으로 들깨가 Rotylenchus의 기주라는 보고는 없다.
콩에서 가장 중요한 선충은 콩씨스트선충(Heterodera glycines)이다. 이 선충의 피해를 받은 포장은 피해 중심부와 가장자리 사이에는 약 70-80%의 수량 차이가 있다고 하였다(Choi and Choi, 1983). 또 미국 중부지방에서는 콩밭이 육안상 생육에 차이가 없어 보이더라도, 콩씨스트선충의 감염구와 비감염구 사이에 약 20-30%의 수량 감수가 있다고 하였고(Noel, 1992), 이 선충은 국내 콩의 중요 식물기생성선충 등급 분류에서 중요도 1등급으로 분류되었다(Kim et al., 2013).
뿌리혹선충(Meloidogyne spp.)은 M. incognita를 제외하고 국내 주요 뿌리혹 3종(M. arenaria, M. javanica, M. hapla)이 모두 논둑 콩과 팥에서 발견되었으며, 검출률(%)과 밀도가 높았다. 뿌리혹선충은 작물 뿌리에 혹을 형성시켜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여 피해를 많이 주며, 기주 범위가 넓어 거의 모든 작물에 피해를 주는 중요 선충이다.
뿌리썩이선충(Pratylenchus spp.)은 내부기생성 선충으로 뿌리 내부로 침입하여 뿌리를 썩게 만들어 피해를 주는 선충으로 밀도가 낮더라도 일단 감염되면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논둑 콩에서만 발견되었지만, 뿌리썩이선충은 콩 뿐만 아니라 땅콩, 딸기, 옥수수, 마늘, 파, 감자, 밀, 토마토 등에 있어서도 중요한 식물기생성선충이다.
이번 조사에서 콩, 팥, 들깨에서 모두 발견된 나선선충류인 Helicotylenchus, Rotylenchus, 위축선충류인 Tylenchorhynchus는 외부기생성선충으로 지역, 기주, 밀도에 따라 피해가 나타날 수도 있으나 씨스트선충, 뿌리혹선충, 뿌리썩이선충에 비해서는 중요도가 낮다(Kim et al., 2013).
이번 논둑 조사에서, 식물기생성선충의 종류와 밀도가 예상보다 높아 논에서 전환된 밭에서 밭작물을 재배할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물에 따라 상당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논둑 작물 채집 시에도 선충의 피해로 키가 작고 누렇게 마른 콩이 종종 관찰되었다. 논둑에 식물기생성선충의 종류와 밀도가 이렇게 다양하고 높은 이유로는 대부분의 논둑이 한번 만들어지면 수십 년간 그대로 유지가 되며, 또 논둑에 심을 수 있는 작물이 한정적이므로 같은 작물을 계속하여 연작한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추정한다.
식물기생성선충 외에 논둑 토양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비기생성선충은 세균을 먹는 Cephalobida 선충이었으며(93-100%), 다음으로 잡식성선충인 Dorylaimida였다(80-82%). 곰팡이를 먹는 Aphelenchus, Tylenchus, 세균을 먹는 Cephalobida, Isolaimida, Monhystera, Rhabditida, Diplogasterida, Panagrolaimida, Plectida, Tripylina, 잡식성선충인 Dorylaimida, 포식성선충인 Mononchida 등 다양한 선충 종류들이 발견되었다. 논둑에서 발견되는 비기생성선충의 종류와 밀도는 일반 밭에서 발견되는 선충에 비해 다양성이 풍부하였다.
이번 연구를 통하여 논둑에는 밭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식물기생성선충 여러 종이 감염되어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밭으로 전환된 논에 밭작물 재배 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적 요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사업으로 인하여 밭으로 전환되는 논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논둑의 식물기생성선충들의 감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논둑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콩 66%, 팥 21%, 들깨 13%였다. 논둑에서 발견된 식물기생성선충은 Helicotylenchus sp., Heterodera glycines, Meloidogyne arenaria, M. javanica, M. hapla, Paratylenchus projectus, Pratylenchus coffeae, P. neglectus, Rotylenchus incultus, Trichodorus sp. Tylenchorhynchus crassicaudatus, T. claytoni 등 총 8속 10종, 미동정 2종으로 국내 주요 식물기생성선충의 속이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논둑 작물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식물기생성선충은 나선선충류인 Rotylenchus (42%)였다. 처음으로 시도된 논둑 식물기생성선충 조사에서 예상보다 높은 밀도의 주요 식물기생성선충 8속 10종이 발견되었으므로 논둑에서 식물기생성선충이 논이 전환된 밭으로 점염될 염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